- 대선 TV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소고 -
2008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를 겨냥한 검증 작업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개인적인 입장을 얘기하자면 그러한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에 따라, 특히 몇몇 신문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특정 신문은 후보에 대한 편애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더구나 이번 대선처럼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해서 지지율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후보의 도덕성 검증(12월 5일 검찰의 BBK 관련 수사결과 발표(?)로 인해 이 후보에게 '혐의 없음' 판정을 함으로써 이 문제는 후보 개인의 도덕성 검증으로 귀결되는 듯하다)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맞게 되는 시점에는 더한 것 같다. 신문지상에서 벌어지는 설저는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각 신문사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므로 본고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기로 한다.
방송사에서도 지난 9월부터 후보자를 초청해 진행자나 패널과 논의하는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참고적으로 12월 6일에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토론회가 있었는데 여느 때와 같이 지루하고, 토론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인 홍보만 있었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리라 본다. 더구나 민감한 사안을 놓고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감정적인 싸움이 진행될 때는 '그러면 그렇지' 싶었다. 흠집내기와 거짓 공약을 별다른 재미도 없이(이날 후보들은 나란히 앉아서 주어진 질문에 차례대로 답변했다) 구경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방송 3사에서 주관하는 토론회는 KBS의 <질문 있습니다>와 MBC의 <100분토론>, SBS의 <시시비비>가 있는데, KBS의 <질문 있습니다>와 MBC의 <100분토론>은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대체로 괜찮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만 SBS의 <시시비비>의 경우는 진행자의 자질이 도마에 올랐는데, 진행자인 김형민 SBS 논설위원은 토론 진행자가 갖춰야 할 '높은 수준의 공정성' 항목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듯했다. 진행자가 특정 후보에게 편파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유권자가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 및 도덕성을 올바르게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그 예로 김형민 씨는 경제정책에 관련한 질문에서 심대평 후보에게 "이명박 후보가 경제 해결 능력은 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 지지율이 높은 까닭으로 생각되는데, 심 후보는 경제와 관련해서 어떻습니까? 이명박 후보와 겨룰만한 그런 경제와 관련한 그런 복안, 대표적인 정책이 있다면 뭐가 될까요?"(11/21, SBS <시시비비>)라고 물었다. 그리고 이회창 후보에게는 "이명박 후보가 여러 가지 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고공비행하고 있는 그 까닭, 거기 또 이명박 후보가 경제라면 잘 해줄 것 같은 국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고요"라며 "이명박 후보보다 그래서 경제를 이회창 후보가 더 잘할 자신이 있으신지?"라고 덧붙였다(11/30, SBS <시시비비>, 질문 내용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TV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모니터팀 보고서' 참고). 이쯤 되면 특정 후보 치켜세우기는 물론이거니와 대통령 선거 당선자를 맘속에 아예 정해놓고 질문하는 것이 아닌가 느껴졌다.
더구나 프로그램 중간에 '후보자 가정방문' 영상을 방영했는데 이는 토론 프로그램 성격상 부적절한 편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내용도 유권자가 굳이 알 필요 없는 개인의 가정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이인제 후보 가정방문 편에서 가족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방영했는데, 이러한 내용은 후보의 정책을 검증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불편한 감정을 유발할 수도 있다.
대선 후보 초청 프로그램은 2002년에 비해 여러 면에서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SBS의 <시시비비>는 진행자의 문제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하며, 신변잡기적인 질문과 정치적 질문 일색에, 그나마도 질문이 나열 형태로 이루어져 유권자가 대선 후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끌벅적한 상황이긴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일이며, 모든 분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하고, 언론이 그런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은 결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거나 특정 후보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이 아님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실현을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 글 : 윤명주/흥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