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정상이 만난다. 당초 8월 말에 하기로 했던 회담을 10월초 연기하였지만, 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셈이기도 하다. 213합의 이행과 이에 따른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 속에서 나온 이번 정상회담 합의 발표는 한반도 비핵화, 냉전 체제 해체와 평화체제 확립, 동북아 평화를 위한 큰 진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흐름은 평화체제로 흐르고 있다. 한반도의 국제정치학적 역학구조는 6자회담,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삼각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상회담은 6자회담의 진전과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조응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역사적, 국제정치학적 조건 속에서 남북관계가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뒤쳐져 간다면, 다가오는 평화체제 구조에서 남북관계의 위상은 떨어질 것이며, 통일 지향의 평화체제가 아니라 현상 유지(분단) 지향의 평화체제가 형성될 것이다. 주변 국가들은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관리되는 것을 모두 동의하지만, 통일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 지향의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시기와 지점에 제2차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이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이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차 정상회담이 상징적 의미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큰 틀을 제공했다면, 이번 2차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한반도 문제의 주요 현안에 대한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회담의 의제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먼저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를 초래했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며, 경제협력 확대, 군사적 긴장완화, 사회문화 교류 확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의제로 삼고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 성숙한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밝혔듯이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이 가장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선언’을 이번 회담에서 발표한다면 종전협정 폐기를 유도하고 평화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경제협력 활성화 역시 중요한 의제이다. 현재 걸음마 단계에 있는 남북 경협의 한계를 넘어 남북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경협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03년 중국대륙과 홍콩특별행정구 사이에 체결된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 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 : 국내에 존재하는 독립관세 지역 간의 잠정적 FTA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FTA(Free Trade Agreement)는 국가간 협정(Agreement). 하지만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약정(Arrangement)을 체결하는 것이 남북기본합의서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 같다)을 한반도에 도입한다면 경협에 큰 질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모든 사안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는 없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주요한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정상회담의 연기가 미국을 배려(?)한 조치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반도를 둘러싼 삼각구도(6자회담,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변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형성해 전 세계의 환영과 지지 속에서 정상회담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들도 실망스러운 국내정치 현실과 분리시켜 정상회담을 관전해야 할 것이다. 큰 틀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지혜를 모아 민족사적 과제를 함께 풀어가기를 바란다.
글 : 문성근/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사무처장
(사진 제공 : 한국일보)